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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레카’ 심해에서 발견한 생명 근원의 비밀
등록일
2022-02-18 14:26:25
조회
940
‘유레카’ 심해에서 발견한 생명 근원의 비밀



- 한국의 두 번째 열수분출공 발견 ‘온바다’, ‘온나래’ -


KIOST 유옥환 책임연구원, 김동성 책임연구원, 이지민 책임연구원

KIOST 유옥환 책임연구원, 김동성 책임연구원, 이지민 책임연구원

2021년 11월, 코로나를 뚫고 40일간의 항해 끝에 생물 군집이 대량으로 서식하고 있는 열수분출공 온바다, 온나래를 발견했다. 열수분출공은 해저 지각 틈 사이로 스며든 물이 마그마로 뜨거워진 후 가스와 용암으로 다시 솟아 나오는 것으로, 바닷속의 굴뚝으로 불린다. 이번 발견은 2018년 미래해양광물자원 개발사업팀(손승규박사, 김종욱박사)과 함께 인도양 공해상에서 전 세계 4번째, 한국으로는 다양하고 새로운 열수성 생물 시료를 채집하였던 첫 발견 온누리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인도양에서 찾아낸 열수분출공 생물 군집 서식 생태계 지역은 3개로 늘었다.

사진1: 김동성 책임연구원이 열수분출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1: 김동성 책임연구원이 열수분출공을 설명하고 있다.

열수분출공 그것이 알고 싶다.

열수분출공은 주로 판의 경계선 ‘불의 고리’ 주변에서 발견된다. 마그마로 뜨거워진 바닷물이 지각의 약한 틈을 뚫고 솟아날 때 바닷물 속 금속이온이 차가운 바닷물과 접촉하고, 뜨거운 열이 나오는 구멍 주위에 가라앉아 형성된다. 모양은 화산과 비슷하지만, 주변은 햇빛이 닿지 않아 독성물질인 유황 성분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곳에도 생명이 자라고 있다. 1970년대만해도 일반상식으로는 심해에는 생명체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햇빛도 닿지 않고 먹이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서식 밀도만 놓고 보아도 열수지역이 단위면적상 개체 수가 연안보다도 많고 다양하다. 그 사실 만으로도 그 당시 생물학계는 들썩였다. 이곳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은 광합성이 아니라 화학합성으로 생태계를 유지한다. 유기물을 직접 먹지 않아도 화학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에 의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열수분출공 주변 생태계는 지구의 탄생 시기와 비슷한 원시적인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의 근원이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설은 아직도 유효하다. 생명체가 먹이를 먹지 않으면서도 생명을 유지하는 열수분출공 주변의 생태계, 이런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개발한다면 인류에게도 도움이 되는 생명 현상이 있지 않을까.

열수분출공에서 발견한 생명체와 신물질

지난 1970년대 말 미국 연구진이 태평양에서 열수분출공을 발견한 이래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10여 개국이 관련 탐사 활동을 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열수분출공 일대에서 발견한 생물체를 이용해 미국은 1,000종의 생리활성 신물질을 발굴하고, 10여 종의 항암, 항진균 신물질을 화이자, GSK 등에서 특허 허가를 받았다. 중국도 해양 동식물 310종과 해양미생물 6,000종을 확보하고, 이중 유용한 물질을 분리해 항암제, 심혈관계 치료제 등으로 특허 출원했다. 김동성 책임연구원 연구팀도 지난 2018년 발견한 열수분출공 탐사 연구를 토대로 항암·항염 활성 신물질 10종을 확인하고, 독성이 없으면서 활성이 뛰어난 물질, 뇌 신경염증 억제 활성 물질을 발견해 특허도 출원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열수분출공의 해양생물, 유전자원 DB 구축을 통해 다양한 해양 바이오 원천기술로 활용할 수 있고, 극한기능 유전자를 통해 다양한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

사진2: 이사부호 앞에서 김동성 책임연구원 외 연구진 

사진2: 이사부호 앞에서 김동성 책임연구원 외 연구진

인도양에 던진 승부수

김동성 책임연구원의 지휘하에 유옥환 책임연구원, 이지민 책임연구원 등 55명의 인원이 이번 탐사에 나섰다. 절반이 넘는 인원이 책임급 연구원일 정도로 고급인력으로 꾸려졌다. 2017년, 열수분출공을 발견하기 위해 나간 첫 탐사에서는 결국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2018년, 이번에는 꼭 발견하리라 마음먹고 나간 인도양에서 한국의 첫 열수분출공 ‘온누리’ 발견과 채집이 이뤄졌다. 그리고 2021년 11월, 항해를 나간 이사부호 안에서 함성이 들렸다. 이번 탐사에서 처음 사용한 ROV가 보내는 화면을 주시하던 연구원들이 낸 소리였다.

언덕을 넘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열수분출공의 모습은 마치 성처럼 웅장했다고 그 순간을 회상하는 이지민 책임연구원. 열수분출공 ‘온바다’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나래’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이 넓은 숲속에서 빵부스러기를 따라 과자 집에 다다랐듯이, 열수분출공의 발견도 그렇게 이뤄진다. 열수분출공 탐사는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을 토대로 확신을 가진 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진3: ONBADA vent field의 vent #4를 3D Mosaic 작업으로 표현한 서식지 영상도 

사진3: ONBADA vent field의 vent #4를 3D Mosaic 작업으로 표현한 서식지 영상도

사진4: ONNARAE vent field의 vent #3을 3D Mosaic 작업으로 표현한 서식지 영상도 

사진4: ONNARAE vent field의 vent #3을 3D Mosaic 작업으로 표현한 서식지 영상도

열수분출공 지역 주변의 플룸, 퇴적물의 종류, 열수 생물의 사체 흔적들이 열수분출공이 주변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열수분출공 생태계 생물들을 연구하는 연구진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인도양 광물자원 연구과제로 해당 지역을 연구해 오고 있던 손승규 박사팀의 다각도로 축적된 자료들,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해석하여 핵심 지역의 정보를 제공해 준 김종욱 박사의 연구데이터가 없었다면 이러한 열수 생물 생태계 지역의 발견은 불가능했을 것이라 한다. 그렇게 연구진들이 오랫동안 쌓아 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해 인도양을 향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점 하나는 지구의 바다는 그토록 넓은데, 왜 인도양이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의문에 김동성 책임연구원은 두 가지로 답변해 주었다.

사진5: 열수분출공에 관해 설명하는 김동성 책임연구원 

사진5: 열수분출공에 관해 설명하는 김동성 책임연구원

“첫 번째는 과학적 요인 때문입니다. 기존에 많은 열수분출공이 발견된 태평양, 대서양은 현무암으로 열수 시스템 형태로 이뤄져 있고, 인도양은 멘틀 형으로 이뤄진 것이 있습니다. 현무암으로 이뤄진 열수 시스템은 물이 빨리 올라와서 빠른 확장을 합니다. 하지만 인도양은 멘틀 형으로 물이 느리게 오랫동안 올라오니 바위의 성분이 염기성으로 달라지는 거죠. 다른 성분이 있다면 생태계 환경도 다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인도양에는 현무암 형, 멘틀 형, 현무암 형과 멘틀 형이 함께 있는 혼합형도 있지 않을까 추측해서 가게 된 것입니다. 두 번째 요인은 우리나라 열수분출공 조사의 현실적인 위치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40년이나 늦게 시작한 연구이니, 승부를 보려면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열수분출공 생물서식 생태계지역의 발견이 필요했죠.”

사진6: 열수분출공 탐사에 관해 이야기하는 유옥환 책임연구원

사진6: 열수분출공 탐사에 관해 이야기하는 유옥환 책임연구원

코로나를 뚫고 나아간 인도양

‘온누리’의 발견으로 더 큰 희망을 꿈꾸는 연구진들은 예고 없던 큰 난항을 겪게 되었다. 코로나19의 등장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탐사는 취소되었고, 2021년 어렵사리 다시 계획이 추진되었다. 지난 탐사보다 2021년 탐사의 다른 점은 캐나다 무인잠수정 ‘ROV ROPOS’의 투입이었다. 지난 탐사에서는 TV Grab으로 탐사를 진행하고 시료를 채취하였는데, 일직선으로만 움직이는 TV Grab은 수면에서 3,000M 바닥을 미세하게 조종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화면도 주변 2m만 볼 수 있었던지라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었다. 김동성 책임연구원은 “화면으로 바로 옆에 뭔가 보여서 옆으로 조금만 옮기고 싶어도 TV Grab은 불가능했어요. 그럼 또 배를 움직여서 옆으로 가야 하는데 3,000m에 실 하나 떨어트려서 그 지점을 정확히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2018년 ‘온누리’의 발견은 이토록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되었지만 2021년 탐사선에는 ‘ROV ROPOS’가 있었다. ROV는 360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탐사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유옥환 책임연구원은 ROV로 2주간 탐사한 것이 지난 몇 년간 연구를 진행한 것보다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진7: 본 탐사에 사용된 다양한 시료 채취 장비 (ROV, Multiple Corer, CTD) 

사진7: 본 탐사에 사용된 다양한 시료 채취 장비 (ROV, Multiple Corer, CTD)

하지만, 이번 탐사가 이토록 원만하고 성공적으로만 진행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미뤄진 탐사를 다시 어렵게 계획했지만, 출발까지는 쉽지 않았다. 첫 난관은 코로나로 인해 연구진들이 비행기로 모리셔스로 이동하지 못하고 거제도에서 이사부호에 탑승해서 뱃길로 인도양을 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3일이면 가는 인도양을 20일 동안 배를 타고 가야 했다. 두 번째 난관은 함께 탐사에 나갈 의사를 구하지 못한 것이었다. 연구진들과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해 의사 동행이 절실했지만, 코로나 시국에 약 100일간 시간을 내주겠다는 의사는 없었다. 세 번째 난관은 캐나다에서 부산항에 도착해야 할 ROV가 중국으로 가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스케줄이 취소되었다. 중국에서 다시 부산으로 올 ROV를 기다려야 했지만, 태풍이 올라오는 바람에 또 3, 4일 뒤에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출발할 수 있을까 했지만, 또 문제가 생겼다. 캐나다 ROV팀 중 한 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모든 치료가 끝날 때까지 2주간 기다리고, 병원에서 퇴원하는 팀원을 바로 데리러 갔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또 태풍이 대만 근처에서 북상하였다. 태풍이 지나가고서야 겨우 출발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인도양에 도착하여 탐사를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탐사 종료 후 모리셔스에서 하선을 위해 최종 코로나19 검사에서 코로나 양성 의심 판정을 받은 선원이 생기는 해프닝을 끝으로 무사히 탐사를 끝냈다.

사진8: 이지민 책임연구원이 열수 생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8: 이지민 책임연구원이 열수 생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몇 번을 짐을 쌌다 풀었다 했는지 몰라요. 모든 일정이 변경되기를 여러 번 미루고 미루어 어렵게 출발하였지만, 인도양을 탐사하는 동안 바다는 너무 잔잔했어요. 인도양 바다가 파도조차 없이 이렇게 조용한 호수와 같은 날이 잘 없는데 우릴 도와주는 듯 탐사를 원활하게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어요.”
- 이지민 책임연구원

사진9: 인도양 열수분출공 주변 생물들을 무인잠수정 Scooping 도구를 활용하여 채집

사진9: 인도양 열수분출공 주변 생물들을 무인잠수정 Scooping 도구를 활용하여 채집

열수에 서식하는 생명체들

열수분출공을 발견하고 난 뒤 각 분야의 연구원들이 채집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영하 70℃로 얼려야 하는 시료, 시약 처리를 해야 하는 시료, 살려야 하는 시료 등 밤낮으로 채집과 열수분출공 주변 환경 자료수집이 이뤄졌다. 유옥환, 이지민 책임연구원은 열수분출공 주변에 서식하는 열수 생물(중·대형무척추동물 등) 표본을 확보하였다. 중·대형저서동물 조사는 총 10회 수행하여 총 5개 분류군, 35종을 500개체 이상 확보하여 분류, 확인하였다. 그 외에도 열수 생태계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시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진10: 인도양 열수분출공에서 출현한 저서성 요각류 

사진10: 인도양 열수분출공에서 출현한 저서성 요각류

 

사진11: 열수분출공(Onnuri Vent Field)에 서식하는 Munidopsis lauensis Baba and de Saint Laurent, 1992. 

사진11: 열수분출공(Onnuri Vent Field)에 서식하는 Munidopsis lauensis Baba and de Saint Laurent, 1992.

다음 탐사를 위하여

연구팀은 앞으로 지구 내부물질 순환 같은 극한의 열수 생태계 기능과 구조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생물연구 자료는 생물 다양성과 유전자원 활용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동성 책임연구원은 “해양생물 다양성(BBNJ)으로 공해연구 환경도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최초의 열수분출공 생물서식 생태계 탐사 연구를 마무리해 해양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넓히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다시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더 많은 시료를 채집하고, 또 다른 열수분출공 서식 생물 생태계를 발견하기 위해 인도양을 향할 것이다.